삼성전자, 2.4조원 들여 독일 ‘플랙트’ 인수…데이터센터 공조시장 본격 진출
삼성전자가 오랜만에 ‘조 단위’ 인수합병(M&A)에 나섰습니다. 2025년 5월 14일, 삼성전자는 독일의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Plaekt)’를 약 15억 유로, 한화로 약 2조 4천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인수는 2017년 하만(Harman) 이후 무려 8년 만에 성사된 대형 인수로, 그 배경과 의미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플랙트란 어떤 회사이며, 왜 삼성이 조 단위의 비용을 써가며 인수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플랙트인가?
플랙트는 1918년 설립된 100년 역사의 공조 전문기업으로, 데이터센터, 병원, 공항, 박물관 등 고성능 공조 시스템이 필요한 대형 시설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특히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기술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용량과 효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DCS 어워즈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 기업에 주목한 것은 단순히 공조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 그 이상입니다.
공조시장은 지금, 왜 뜨고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규제, 기후 변화 대응, 그리고 무엇보다도 AI, 클라우드, 자율주행, XR 같은 차세대 기술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조 시스템의 수요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데요, 특히 대형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중앙공조 시스템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99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전용 공조 시장은 연평균 18%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행보
삼성전자는 기존에 가정용,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중심의 개별 공조 사업을 운영해왔지만, 이번 플랙트 인수를 통해 중앙공조 시장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게 됩니다. 이는 제품 판매를 넘어, 공조 제어 기술과 유지보수 기반의 서비스 비즈니스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삼성의 빌딩 통합 제어 기술과 플랙트의 공조 시스템 기술이 결합된다면, AI 시대의 스마트 빌딩 및 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국 HVAC 기업 레녹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바 있으며, 이번 플랙트 인수는 유럽 시장 확대와 동시에 고부가가치 공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됩니다.
‘M&A로 미래를 산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AI, 로봇, 메드텍, 오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인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플랙트 인수 역시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제조 기반을 넘어,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 기술, 그리고 데이터 인프라에 최적화된 기술 투자를 통해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삼성전자는 단순한 공조 시스템을 넘어 스마트한 인프라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공조라는 키워드가 단순히 에어컨의 개념을 넘어, 데이터와 에너지를 다루는 기술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이번 인수는 그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한 걸음입니다. 역시 삼성의 발걸음에 주목하면, 미래의 주요 산업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꽤나 분명하게 보이는듯 합니다.